속리산 세조길은 워낙 유명해져서 많은 분들이 다녀갔을 터
예전에는 세조길이 따로 없었다.
법주사에서 문장대 가는 도중 저수지는 지금처럼 가까이서 구경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저수지 보면서 걸으면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조길이 생기면서 저수지를 바로 옆에서 걷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이젠 문장대 같은 높은 곳은 쉽게 오르지 못하는 연식이 되어감에
세조길의 등장은 너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 년에 적어도 대여섯 번은 세조길을 만난다.
속리산은 국립공원 아닌가?
멋짐이 가득 찬 속리산 산행은 산행데로 맛이 있지만
힘들이지 않게 걸으면서 맛보는 나름의 그 맛은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옆지기가 불교이다 보니 괴산 청천에 있는 공림사라는 사찰을 본사로 삼아 자주 가는데
공림사를 가는 날은 꼭 세조길까지 만나는 게 루틴이다.
오늘 폭염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림사 갔다가 세조길을 만나고 왔다.
일단 세조길은 오리숲을 들어서면서부터는 그늘의 연속이다.
한 여름 작렬하는 태양빛을 정말 차단할 정도의 완벽한 그늘을 제공해 주어
적당한 바람만 불어준다면 여름피서로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수지를 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시원한 바람이 비록 맥심이지만 커피 향을 전해주고
바람에 일렁이는 저수지 물결이 나름 저도 무슨 파도가 된듯한 으쓱함을 보여준다.
이 생각 저 생각... 저 생각 이 생각...
답 없는 질문도 던져보고...
하루종일 그렇게 있어도 좋을 듯...
세심정까지의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그동안 이쪽으로 비가 많이 왔나?
저수지 담수량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댐에 물이 차서 방류하듯 저수지물이 넘친다.
앗!
우리 남생이는?
저수지 인기스타인 남생이 모자? 가 보이질 않는다.
그렇잖아도 오늘은 올 들어 처음 방문한 오랜만의 방문이라서 남생이를
반갑게 만나려 했는데...
애구 남생아 다음에 오면 얼굴 볼 수 있는 거지?
솔직히 세조길은 그동안 수십 번은 만나온지라 이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속리산이 딱히 계곡이 멋진 곳이 아니라서 아쉽고
세조길의 길이가 다소 짧은 편인 것도 아쉽다.
하지만 세조길을 처음 만나거나 낯설게 두세 번 정도 만나는 님들이라면
나름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세조길이기에
올여름 더워서 어디든 가고 싶지 않다면
세조길 한번 걸어보시라 적극 강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