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의외로 우리에게 큰 힘을 준다.
동생을 보낸 후 한동안 무기력증에 젖어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마치 황폐화된 자연이 자연스레 회복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겨우 기본적인 움직임만 행하다 보니
몸도 자꾸만 처지는 게 운동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부담 없는 가을 산책을 생각하다가
산행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고 부담 없는 서너 시간 코스를 찾다 보니 간월재 억새가 딱인 것 같아서 장도?에 오른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있는
억새로 워낙 유명한지라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서 한 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는
웬만하면 누구나 만날 수 있다.
문제는 간월재든 어디든 조금이라도 유명한 곳이다 싶으면 주차가 문제인데 해서 가급적 평일을 택하는 편이다.
멋진 풍경을 만나러 길을 나서면서 '애휴 주차할 데가 있을까?' 하는 부담 좀 안 느낄 수는 없는 걸까?
벚꽃부터 단풍에 이르기까지
주차걱정 없는 나들이를 원해본다.
평일 월요일 아침 9시 반쯤에도
배내 2 공영주차장은 거의 만차이다.
그래도 다행히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간월재를 향하는데 가끔 살짝 오르막을 만나기는 하지만 아주 수월한 편으로 한 시간 25분만에 간월재에 도착.
10년 전쯤에 산악회에서 간월재를 지나 신불산 공룡능선을 탄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간월재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알프스평원을 연상케 해 주었는데...
알프스의 맛은 푸르름 아닌가?
억새의 색깔은 푸르른 알프스평원을 느끼기에는 아닌 듯...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알프스 느낌을 느끼는 장소는 소백산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평원 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이 억새가 되어서 아무런 속세의
고뇌 없이 그저 바람 따라 일렁이고 싶다.
이 생각... 저 생각...
간월산 쪽으로 살짝 올랐다가 내려와
다시 임도를 따라 하산을 한다.
임도가 생각보다 잔돌이 많은 관계로
하산길 시간이 그렇게 빠르지가 않다.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단조로움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근처 통도사를 들려볼까 했는데
새벽부터 나선길이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회복? 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 덕분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래서 건강을 핑계?로 나선 가을 나들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