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휴가도 작년에 함께한 중딩친구들과 함께한다.
작년 휴가 때 소매물도 등대섬을 가려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 그놈의 배가 뜨질 않아서...
사실 소매물도는 십여 년 전 방문한 적이 있다.
이후 아들 1 거제도 근무할 때 2020년도에 혼자서 갈려고 했지만 그때도 배가 안 떠서...
이번 3번째 시도만에 드뎌 성공을...
소매물도는 워낙 유명한 섬이라서 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지만 거제 저구항에서
들어가는 걸 추천...
4일 작년에 머물렀던 해금강 쪽 모텔을 예약하는데
사장님이 용케 알아보고 반가워해 주기에 기분이 굿.
이번에는 거제 가는 길에 고성에 들러서 상족암구경을
하기로 한 것까지는 좋은데 날씨가 완전 미친 거니?
우띠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 초입 부분만 살짝 구경 후
곧바로 거제로...
오후 4시쯤 숙소로 들어와서 시원하게 씻은 다음 양궁중계 보다가 저녁을 먹으러 역시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식당으로...
올해도 변함없이 맛있다.
실컷 먹고 배뚜드리면서 웬만하면 근처 해안 산책을
했겠지만 아 오늘은 아닌 것 같아서 바로 숙소로...
너무 무의미한 여행? 아니냐고 하겠지만
더워도 너무 더운지라 에어컨밑에서 배 깔고 눕는 게
최상인지라 더위 앞에서 갬성은 무슨...
아침 08:30 배를 타기 위하여 일찍 길을 나선다.
작년의 아픈 기억에 올해도? 하는 불안감이 살짝 올라오다가 아침부터 찌는 더위에 어디 그늘로 사라진다.
드뎌 3번 만에 소매물도 방문 성공.
소매물도는 사실 등대섬 때문으로 유명하고 이 등대섬을 가기 위해서는 열목개라는 바닷길이 열려야 하기에 이 물때로 인하여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때가 많기도...
저구항출발 매물도, 대항마을을 들른 후 소매물도항에
도착 배에서 내리는 순간 섬이라고 전혀 봐주지 않는
뜨거운 날씨에 드디어 3번 도전만에 성공했다는 작은
성취감조차도 느낄 수가 없다는...
등대섬으로 go go...
선착장에서 등대섬까지는 1.6km 정도로
어찌 보면 짧은 거리이지만 여름의 그것도 한여름의
섬산행은 거리가 무의미하다.
더구나 등대섬코스는 시작부터 치고 오르는 형국이라
몇 발작 디뎠을 뿐인데 땀이 주르륵...
세월에 반하여 나름 나이 들어 보일까 봐 그놈의
피부보호 한답시고 눈밑까지 덮은 버프는 숨조차
편하게 쉬지를 못하게 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강아지 핵핵대듯이 헉헉하며
20분 정도 오르니 능선에 이르고 능선길 따라 조금만 걸으니 더운데 고생했다고 위로를 해주듯
소매물도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
그래 이거지...
이걸 보려고 나는 3번씩이나 여기를 오려고 했구나...
말이 필요 없는 풍경에 희열이 올라온다.
10:30쯤 열목개 도착
바닷길이 열리는 12:30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다는...
뜨거움 속에서 두 시간의 기다림...
등대섬조차 포기하고 되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니 길이 열린다.
조금씩 조금씩 열리는 바닷길....
성질 급한 나는 양말 벗고 신발 들고 텀벙텀벙...
시원한 바닷물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등대섬에 올라 빨간 모자의 등대를 만나는데
이럴 수가 어찌 이리 바람이 시원한지...
그 시원함에 그간의 더위와 힘듦이 바람 타고
저 멀리 저 멀리로...
한참 동안 시원한 바람 속에서 멍 때린다.
등대섬까지는 앞서 오른 능선부터 계속해서 내리막이라 좋았는데 그 내리막길 다시 올라야 하니
발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애휴 한걸음 한걸음의 무게가 한여름에는 너무 무거워
자주자주 쉬어가며 걸어도 그 지침은 고행이다.
늘 하는 야그지만 힘듬에도 그 끝은 있는 법.
한여름의 소매물도의 산행도 끝이 난다.
3번 시도 끝에 만난 소매물도.
3번의 시도가 전혀 아깝지 않은 만남.
내가 가고 싶으면 아무 때나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닌 어찌 보면 만나기 어려운 존재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난 소매물도는
너무도 반가웠다.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그리웠던
친구를 만난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