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대보름 날이다.
솔직히 대보름에 대한 추억은 오곡밥에 부럼 깨물어 먹던것 이외에는
별루 없는것 같은데 그래도 쥐불놀이는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쥐불놀이라구 하질않구 개부려찌부려 라구 했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구
대보름 전날에 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깡통에다 나무를 작게 쪼개서 넣은후
불을 지펴서 그 깡통에 줄을 길게 매달아서 돌리는 놀이 였는데
(아무래도 시골 아이들은 논두렁에서 쥐불놀이를 했겠지만 우린 학교 운동장이 가장 적합해서)
한밤에 덩그란 달빛아래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꽃은 정말이지 환상적 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화재의 위험성이 크다고 하여
더이상 학교 운동장에서 개부려찌부려를 할수없게 된 이후로는 쥐불놀이도 끝이었다.
실제로 나 어릴때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 5학년? 엉아가 운동장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에서 돌리다가 깡통에 들어있던 타던 나뭇조각이 튕겨져 나가서
학교 담장 밑에있는 느티나무 가지에 떨어지면서 불이 붙어서
다들 연못에 가서 물을 퍼다가 뿌려대느라 난리를 치던 경우도 있었는데
그엉아 그날 숙직 하시던 선생님한테 끌려가서 무쟈게 맞았지...ㅎㅎ
아마 우리 학교도 그날 이후로 운동장에서 개부려찌부려를 못하게 된것같다.
그 당시에는 그저 엉아들 따라 다니느라 불꽃이 아름다운지 어떤지 느낄 겨를두 없었지만
지금와서 회상을 하면 운동장 여기저기서 불꽃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장면은
정말이지 환타스틱한 풍경 이었다.
이후 개부려찌부려를 해본 경험은 없고 다만 대보름에 달구경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소원을 비는것이 대보름 행사의 전부였다.
대보름의 달님은 하늘 높이 떠있는 달도 크게 보이지만 막 떠오를때 보이는 달님은
정말이지 대따크게 보이는데 그렇게 덩그런 달덩어리가 코앞에 보이면
뭔가 자연의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면서 완전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게 해준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대보름을 구경할수 있다고 하니 달구경좀 실컨 해볼까나?
달은 태양 보다는 훨씬 더 감상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이는 달이라는 것이 밤에 뜨는 뭔가 신비로운 밤의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인지라
밤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달에게도 전이가 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낮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우가 별루 없듯이 밤에 달을 쳐다보는 경우도 마찬가지
뭐가그리 바쁜지 잠시의 여유도 지니지 못한체 살아가는 와중에 가끔 밤 하늘에 달구경도 하면서
비록 어린시절 토끼가 방아찧는 달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도 아직까지 충분히 신비롭게 보이는 감성을 느껴보는 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따 한 밤중에 달구경 하면서 어떤 소원을 빌어보지?하는 생각에 잠겨보는
정월대보름 일요일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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