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전날은 아부지 기일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설날이면 사촌들까지 모여서 차례를 지냈지만
시대의 흐름? 에 순응 코저 이제는 각자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상황이 되어서
울 가족만 차례를 지내니 준비부터 차례까지 여유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아침에 육거리시장에 들러서 준비를 하고 엄니한테 들러서 문안드리고
오후에는 내일 차례 준비와 아버지 제사를 준비하는데 평소에는 저녁에 제사를 지낸 후에
저녁을 먹었는데 일주일 전 할아버지 제사 때부터 와이프가 10시 반을 넘어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것저것 조상님께 빌 것이 많아서인지 암튼 본인이 피곤을 감수하고 그리 한다고 하니...
울 할아버지 아버지 모시는 건데 내입장에서 반대하기도 뭐하고...
직장 때문에 멀리 나가는 아들 2도 그렇고 요즘 와서 이직을 고민하는 아들 1도 그러하여
조상님 때 부탁 좀 올리려고 한다는데...
저녁을 대강 먹고 밤 제사까지 기다리는데 어린 시절 제사 풍경이 생각난다.
저녁 먹은 후에 (당시에는 12시에 제사를 지냄) 기다리는 시간이 참으로 여유 있었고
한편으론 지루함도 느꼈었는데 오늘이 마치 그때와 똑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비긴 어게인 2를 보다가 박 정현의 아베 마리아를 듣는다.
참 재밌으면서 살짝 감동까지 느꼈던 프로였는데 오래간만에 다시 시청을 하니 반갑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직접 버스킹으로 부르는 아베 마리아는 배경이 너무 노래와 어울리고
스쳐가는 버스킹 구경꾼들의 표정이 그렇게 미소 띤 소확행을 느끼는 그런 표정들에
괜스레 나까지 지난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스치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모르는 박 정현 노래 화면에 잡힌 님들...
이탈리아이다 보니 저 중에 코로나로 희생된 사람은 없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노래에 만족해하며 행복해하는 님들이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그 행복을 평생 느꼈으면 좋겠다는
어울 리지 않는 착한 바람도 가져본다.
갑작스레 느끼게 된 여유로운 설날 전날의 저녁...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있어도 그냥 편안한 저녁이다.
억지로 새해에는 어쩌고 저쩌고가 없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맘에 드는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는 이런 편안함은 너무 새로운 기분 좋은 느낌이다.
그런데 울 아버지 평소 시간에 맞춰 오셨다가 괜시리 기다리시는건 아닌지?
아부지 헤어진 지 9년인데도 여전히 보고 싶네요...
당신의 환한 웃음이 유독 기어 나며 그리운 제삿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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