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작년에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일주일에 한 번은 눈을 맞은 것 같다.
어린 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환한 세상이 열려있고
어김없이 조부님의 눈 쓰는 빗자루 소리가 들리면 난 두꺼운 이불속에서 나오질 않고 한참을 누워서
밤사이 하얗게 변한 세상을 구경하다가 아침 먹으라는 엄니의 지청구에 부시시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한다음 아침 먹고 곧바로 바로 집 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겨울방학이라 아이들이 찾지 않은 운동장은 완전 설국의 세계이다.
조그마한 눈덩이를 굴리고 굴리고 굴려서 학교 교문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세우고
어김없이 동내 친구들 형들하고 눈밭 위에서 공을 차고 놀다 보면 어느새 점심.
점심 먹고 딱히 할 일이 없었던 그때기에 또다시 학교로 고고...
줄곧 뛰어놀다가 지치면 뒷동산으로 올라가 누가 만들어 놓은지도 모르는 미끄럼 코스를 타고 놀다 보면
저녁이 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하루 종일 뛰노느라 지친 몸이라 방학숙제를 한답시고
책상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들고 내일도 또 뛰어놀 생각을 하면서 행복했는데...
이렇게 예쁜 추억의 눈이 싫어진 건 군대 가서 그놈의 눈 사역을 한 이후이다.
어제 하루 종일 고생해서 눈을 치웠건만 오늘 밤 눈이 또 내린다는 절망적인 일기예보에
더러워서 언능 제대해야지 하면서 꿍시렁 데던 그 시절에는
눈은 이제 아름다운 대상이 아닌 넌더리 나는 대상이 되었다.
요즘 들어 집에만 있는 것도 무료하기도 해서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눈이 오면 당체 출근길이 불편하면서 불안하다.
얼마 전 출근길에서는 한밤중에 내린 눈이라 제설작업이 안된 상태에서 운행을 하는데
길이 완전히 빙판길이라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도 차가 획 도는 상황이 반복된다.
차를 괜히 갖고 나왔다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스릴을 느끼면서 운전을 한지가 언제든지?
나름 오랜만에 눈길 운전을 맛보고 나니 색다른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설산 산행을 해야 하는 건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산악회를 갈 수가 없으니
혼자라도 산행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영 자신이 없다.
시간이 맞으면 나름 걷기라도 하는 편인데 지난 주말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속리산 세조길을 다녀왔다.
집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속리산인지라 자주 찾는 곳인데 산행이 아닌 산책하는 코스라서
천천히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걷다 보면 나름 운동도 되고 자칫 굳어질 수도 있는 뇌기능도 활성화시킬 수 있어서
아주 맘에 드는 코스로 저장 완료.
끝나지 않는 잔치가 없듯이 유난히 춥다는 올 겨울도 좀 있으면 끝이 나고 새봄이 오겠지?
설날이 지나면 남해 쪽으로 봄맞이 한번 다녀오고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을 활짝 펴고 뭔가
희망적인 어떤 것을 기대해 보는데 현실적으로 이놈의 코로나 19가 존재 하기에
어떤 구체적인 희망을 갖기가 어렵고 그저 막연하게 희망을 가져보는 겨울에 지친 주말 오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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