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개띠생인 엄니가 계신다.
올해로 89세...
일반적으로 이 연세면 노모라고 해야 하겠지만
난 노모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싫다.
아마도 영원히 어린 시절 기대었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다른 어떤 것이
희석시킬까 저어함인가?
자식에게 부모는 매한가지 누구나 느끼는 그런 존재이지만
부모 중에 엄마에서 시작 어머니로 변하는 모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든
똑같은 크기와 무게로 자리할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작년까지도 건강하셨던 당신이 올해 들어서 힘이 없으시다.
몇 달 전 한밤중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응급실로 달려간 그 이후...
드시는 것이 시원찮더니 거동 자체가 힘에 부쳐하신다.
아프실 때마다 어찌어찌 넘기곤 했는데 이틀 전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어그저께는
S병원으로 가서 지병인 당뇨로 인한 혈당 수치가 너무 높아서 입원 치료를 생각하던 중
갑자기 C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아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건가? 하는 두려움을 갖고 병원 응급실로 차를 들이민다.
가뜩이나 아침부터 없는 피를 뽑느라 고생고생하셨는데
응급실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기다림이 마냥 전개된다.
7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 심신이 파김치가 되어 겨우 응급실에 입성? 처음부터 다시 피를 뽑고
결과를 볼 때까지 다시 기다림의 연속이다.
지칠 대로 지친 환자들을 씩씩하게 돌보는 간호사님들은
한병의 드링크제와도 같다.
새벽 한 시 반 입원실로 이동 와중에 보호자도 CPR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코 두방(한방은 일반적인 검사 한방은 신속 확인 검사)을 뚫으며 그동안 잘 피해온 코로나라는
존재를 몸으로 접하는 경험을 한다.
노후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이전 아부지 살아 계실 때는 일인실을 고민 없이 선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인실에 간병인 비용이 부담이 되어 6인실을 선택 간병인을 구하기로...
노년에는 의료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젊었을 때 좀 더 재테크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아프게 자리한다.
새벽 두 시...
오늘 하루 지쳐 쓰러진 엄니를 바라보며 지금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느낌은 분명한데 그 느낌을 느끼지를 못한다.
거의 뜬 눈으로 보낸 후에 이른 아침부터 간호사님들의 "체온 좀 재볼게요?" 하는
활기찬 인사로 병실의 하루가 열린다.
어찌어찌 주치의와의 면담도 하고 필요한 서류도 준비하며
한나절이 흐르고 간병인 여사님과 교대 후 집으로 향한다.
코로나 풍속이 실제로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듯하다.
면회객들로 북적이던 입원실 풍경은 사라 저버렸고 어떤 경우든 보호자는 단 한 명이라는
대명제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아직 퇴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내용을 쓰는 이유는?
솔직히 처음에는 뭔가 엄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어서였지만
지금은 그저 빨리 글을 마치고 쉬고 싶다는 원초적인 사고가 나를 지배한다.
늙는다는 것은 삶이 저물어 간다는 것이고 저물어 간다는 것은 맑은 시야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에
그저 사랑하는 엄니의 존재가 세월로 인하여 노쇠로 인한 고통을 느끼는 현실이 마냥 안타까워
비로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현재지만
일말의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서 적어보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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