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후두둑 소리와 함께 비가 들이친다.
지상의 공간을 온통 빗줄기로 메우려는가?
말 그대로 장대같은 빗줄기가 퍼붓듯이 내린다. 장마란다.
난 장마가 좋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것도 아닌데 그냥 좋다.
여름철 뜨거움에 한껏 달아 올라있는 운동장을 한 방울 한 방울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지다가
어느 순간 그 넓은 운동장을 순식간에 덮어 버리는 소나기는
어린 한 소년을 맨발로 아무 이유없이 운동장을 뛰어 다니게 만들어 주었다.
잠시후에 엄니에게 뒤지게 혼나는 것도 잊게 만든체로...
3일째 연타로 비가 내린다.
작년 장마때는 기억으로 별루 비도 내리지 않았던것 같은데
그래서 한해 건너띠고 찾아온 장마다운 장마 인지라 반가움이 더 큰것 같다.
아파트 서재에서 저 멀리 보이는 우암산을 삼킬듯이 내리는 장마비도 멋지구...
차를 타며 맞는 윈도우 블러쉬는 아예 무시해 버리며 쳐들어 오는 장마비도 맛이 있구...
우산쓰며 걸으며 만나는 장마비는 일미 일지니...
그래서 난 장마가 좋다.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이 도로를 질주하며 몰려 다니고
나름 병목현상?으로 인하여 정체되어 있는 웅덩이를 차로 달릴때 튀어 오르는 물줄기
잠시 내렸다가 다시 차에 탈때 순식간에 젖은 축축함 조차도 난 사랑한다.
후덥지근해서 젖은체로 에어컨 켰을때 느껴지는 냉기도...
대학 신입생 때인것 같은데...
숨막힌 고딩을 보내고 맞이한 대학이건만 내가 생각했던 낭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로인한 실망으로 인하여 답답해 하는차에
장마가 시작됨을 알리는 소나기가 천둥소리를 동반하며 퍼붓는다.
바람도 세찬지라 우산 자체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뻑하면 훌떡 뒤집어 지는지라 성질이 나서 아예 집어 던져 버리고 비를 맞는데
이상하게 느껴지던 답답함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마치 쇼 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가 탈출에 성공하여 퍼붓듯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홀가분한 기분 이랄까?
걸었다.
무작정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양동이로 죽죽 붓듯이 내리는 빗속을
한 참을 걸었더니 처음에는 축축해진 약간은 찜찜한 느낌도 약간의 서늘함도
어느새 온몸은 훈훈해져 있었고 얼굴을 때리는 비는 부딪치는 그 순간 어떤 맑은
마치 지압과도 같은 효과를 주었다.
서너 시간을 그리 빗속을 거닐었던것 같은데 낭만도 낭만 이지만 허기가 져서 더이상의 낭만은 힘들었다.
지나가는 버스에서 승객들이 쳐다보기도 했는데
아마 두 부류로 나를 봐라 봤을 것이다.
낭만을 누리는 젊은 청춘...
쓸데없이 날궂이 하는 살짝 맛이간 청춘...
그 무슨 상관 이었으랴 그 순간 느꼈던 자유로운 영혼은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 있거늘...
지금도 장마가 찾아오면 그때의 자유로운 영혼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난 장마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