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오는날의 추억 한편...

도.란 2009. 7. 10. 09:33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무심천 물구경, 우산없이 걷기, 지나가는 여성에게 무작정 뛰어들어 내기하기...등등

그중에서도 확연히 기억되는 사건?이 하나 있는바...

고2 겨울 방학을 목전에 둔 시기였다.

고2 학기초에 울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어로 여선생님이 부임 하셨다.

그당시 난 객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주말마다 집에 오기가 바빠서 그리 충실한 학교생활을 하진 못했다.

객지에서 생활하다보니 자연이 외로움을 느꼈고

친구녀석들이 위로해 준답시구,여학생 소개시켜 준다고 미팅건수도 많이 주었지만

숫기가 없었던 난 모든것을 거절했고...

 

어느날 독일어 수업시간인데 왠 여성분이 들어 오시더니

새로운 독일어 선생님이라구 인사를 하신다.

이쁘다고는 할수 없었지만 스타일이 내맘에 꼭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난 독일어만 했다.

밤새워 수업준비를 해서 수업시간에 척척 대답을 하니 당연히 선생님두 날 이뻐 하실수밖에..

그때는 독일어는 대학시험에 아무 관계도 없었기에

독일어를 공부하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었고...오직 나만 했다.

 

2학년 겨울방학 종업식날 이었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고 난 선생님과의 이별이? 아쉬어서

학교에서 뭉기적 거리다 아이들과 함께 교정을 나서는데

이런...앞에 선생님이 신호를 기다리구 계셨다.

난 순간 머리를 굴려서 아이들에게 내기를 하자구 했다.

내가 선생님 우산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100m 이상을 걸어가면 애들이 밥사구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밥사는걸루...

긴장된 상태로 난 선생님 우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선생님 저 조 앞까지 우산좀 씌워 주세여..."

"얘 넌 하숙집이 바루 학교앞 이잖아..."

헉...말문이 막혀 뻘쭘해 있는데

" 오늘 방학인데 집에 가겠구나, 가자 선생님이 점심 사줄께..."

이런 행복이...당시 여친하나 없었던 내게 선생님은 천사로 다가왔다.

점심을 먹고 디저트까지 ...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난 헤어짐?이 아쉬워 " 선생님 방학때 청주 함 오세여..." "글쎄, 봐서" "아니 꼭 오세여..."

무료한 방학을 보내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 얘 나왔다.여기 터미널 니가 나와라..."

" 야호..엄니, 아버지 구두 어딨어?..."

쫙 빼입구 난 그당시 사직동 터미널로 나갔다. 신나는 선생님과의 하루 데이트를 꿈꾸며...

아니 이럴수가 혹을 달구 오셨다.

당시 나보다 한 학년 밑의 여동생을 데려 오신것이다.

그 기쁨 당연히 반감되고... 수동 용화사, 무심천, 성안길을 방문하여 하루를 보내구

선생님은 가셨다." 공부 열심이 해라' 하는 말씀을 남기구...

 

고3이 되었다.

독일어는 정규 과목에 들어있지 않아 개학후 한달정도 지났는데도 선생님을 못 뵈었다.

한 학교에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럴수가 선생님이 결혼을 하신단다.

교무실로 선생님이 부른다." 얘 선생님 결혼식에 올래?..." " 집에 가야 돼서요..." "글 쿠나..."

선생님은 결혼과 함께 퇴직을 하셨다.

토요일 방과후 좀 늦게 집으로 향하는데...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상황 아래서

교문 입구로 부터 우산을 쓰고 특유의 바바리깃을 바짝 세운 익숙한 분이 걸어 오신다.

난 교문을 향하여 걸어가고...

운동장 한 가운데서 우린 서로 멈췄다.

" 결혼 축하 드려요..." "고맙다,  짐 정리하려구...나 미국으로 간다.신랑이 공부중이라서..."

"아, 예. 안녕히 가세여...." " 너 꼭 원하는 대학 가야돼...넌 잘할거야.."

우린 운동장 한 가운데서 그렇게 헤어졌다.

그후 선생님 소식은 그 동생으로 부터 가끔오는 편지로 소식을 들었고

미국에서 그냥 사신다는 ...

내가 졸업하면서 그 꼬마?하고의 연락도 끊겼다.

 

청춘시절의 유일했던 풋사랑은 이렇게 막을 내렸고

지금도  비오는 날에는 가끔씩 그 수채화가 그려진다.

선생님 많이 변하셨겠네여...

어느 하늘아래에 계실지 모르지만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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