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감을 따면서 가을을 담다.

도.란 2012. 10. 14. 15:45

 

 

 

아침일찍 엄니한테 전화가 온다.

"감따러 얼른 가야지..."

이 상황이면 자칫 감농사라도 무쟈게 짓는줄 오해도 생길수 있겠네?...ㅎㅎ

동생네 텃밭에 감나무 몇그루 있는데 며칠전 댕겨오신 엄니가

감이 무척이나 많이 달렸다구 따다 먹으라구 하시기에

운동 함께하는 엉아를 꼬셔서 아침일찍 감따러 간다.

처음 소나무를 심을때부터 다니던 텃밭인데 가는길에 마치 주산지처럼

저수지에 나무가 잠겨있는 풍경이 그럴싸한 곳이고

주변에는 능이가 많이 난다고 소문이 나서 버섯철에는 인간들 엄청 다닌다고 이장님이 말씀해 주신다.

능이도 한번 따야지 따야지 하면서도 한번도 시도를 몬했는데

내년에는 진짜 한번 시도를 해볼까한다.

 

목적지에 도착 동내 어르신한테 감따는 장비?를 빌리고

모닝커피 한잔후 본격적인 감따기 작업에 들어간다.

함께간 엉아는 시골 출신이라서인지 감따는 솜씨가 완존 프로..

난 엉아가 따주는 감을 받아서 자루에 열심이 담는데

겨우 나무 한그루 인데두 제법 많은 감들이 허지만 상품성으로 볼때는 전혀 아닌지라

걍 먹을 만큼만 챙기구 일어선다.

 

죽여주는 날씨에 감을 쳐다보다보니 청명한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시골 어느 한 동내에서 감을 따다보니 완전 목가적인 풍경의 한 부분이 된것같은게

어린시절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서 뛰어노는 기분이 든다.

벌써 몇개는 완존 홍시가 되어 있어서 따자마자 시식을 하니

홍시의 달콤함이 입안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작은 행복감도 느껴진다.

감나무 옆에 사과 과수원이다.

씨알굵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ㅎㅎ 견물생심 마치 수박서리하던 어린아이처럼 몰래 하나따서 한입 덥썩 베어물어본다.

감따는 작업두 장난이 아니다.

3시간 정도 따구난후 집으로 향하는데 시골길 곳곳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넘 예쁘다.

논과 논 사이의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다 보니

가을의 절정을 향하여 달리는 느낌이 밀려오면서 잊었던 가을의 정취가 완벽하게 되살아난다.

푹 쉬어야할 휴일에 괜시라 감따러 끌려온 엉아한테 미안해서

점심 거하게? 쏜다음 집에와서 대강 정리를 하는데

이 느낌은 뭐지?

일년내내 공들여온 농산물을 수확하는 농부의 기쁨이 이런 느낌일까?

왠지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게

이것이 바로 풍요로운 수확에 따른 행복한 미소라는 생각이 든다.

ㅎㅎ 어줍잖은 수확의 기쁨을 맛본 가을의 어느 일요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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