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신년 산행을 나선다.
산악회 사정으로 인하여 올해는 번개산행을 하는걸로 되어 있는바
신청인원이 10명인지라 스타렉스를 대여해서 출발...
산행 전날인 수요일에 눈.비 소식이 있어서 눈 산행 지대로 하겠구나?하는 기대를 했건만
이건 뭐 눈은 내리질 않고 강추위만 ...
오늘 신년산행에 만나는 산은 덕유산 이다.
그러구보니 작년 첫 산행두 덕유산 였는데 작년의 칼바람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덕유산 향적봉의 칼바람의 명성을? 모르는 산님은 없을듯...
산악회 버스가 아닌 이렇게 작은 차량으로 이동을 하다보니 불편한점도 있지만
가족같은 분위기에 오순도순 이동하는 재미가 있다.
말 나온김에 스타렉스가 12인승인데
어른이 타면 최대 10명이고 산행같은 경우는 배낭 이라는 짐이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8명이면 아주 쾌적한 분위기에서 어디든 다녀올수 있을듯
물론 운전은 교대로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겠지만....
무주ic를 빠져 나온후 무주리조트 방향으로 가는 길은 완존 뽀송뽀송 하다.
이왕이면 멋진 눈 산행을 기대했건만...
이렇게 눈이 없을줄 알았다면 차라리 남쪽으로 가서 회나 먹고올걸 그랬나?
살짝 아쉬움을 느끼면서 리조트주차장에 도착을 한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스키장 이다보니 인공눈을 뿌린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방이 눈 세상이다.
오늘 산행은 가볍게 타고 오기로 했기에 곤도라를 왕복권으로 하는데 요금은 13000원
솔직히 비싼 느낌이 들지 않을수 없다.
오늘만 하더라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연신 산님들 실어 나르더만...
이렇게 편하게 하는 장사가 또 있을까?
불만 있으면 걸어 올라가라고 하면 할말은 없겠지만...
곤도라를 타고 오르는 향적봉은 이미 산속의 나뭇가지에도 눈은 없는 상태
그저 평범한 아무 특색없는 그저그런 겨울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어짜피 조망은 포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순백색의 상고대가 열리는게 아닌가?
그렇지 그래두 명색이 국립공원 이라서 이름값을 해주려나 보다.
갑자기 희망모드로 변해서 곤도라에서 내리는 순간...
여기가 어디? 덕유산 향적봉...
그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완전무장한 이몸을 뚫고 들어와 볼때기를 때려대는데
버프와 비니 사이의 그 틈새를 완전 얼얼한 상태로 순식간에 만들어 버린다.
작년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개기다가 고생한 생각에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곧바로 향적봉으로 향한다.
이곳 곤도라 승하차장에서 향적봉 까지는 600m
전국에서 모여든 산님들이 정체현상을 빚으며 향적봉으로 향하는데
등산로 접어들면서 멋진 상고대가 탄성을 자아내게 해준다.
향적봉 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수그러들줄 모르는 칼바람에 거리대비 산행의 고생?은 힘들게만 느껴지고...
말그대로 뼛속까지 시리다는 표현이 바로 이 느낌일 거라는 생각도 저절로 든다.
사진 한장 담기에도 손가락이 얼어서 달달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는 생각 자체가 쉽지가 않으니
이런 혹한에서 사진은 완전 사치라는 느낌도...
드뎌 향적봉...
너도나도 인증샷에 목을 매는지라 도저히 칼바람땀시 기다릴 상황이 안돼서
중봉까지 능선을 좀 타고 다시 돌아 오면서 인증샷을 하기로...
향적봉에서 향적봉 대피소까지 내리막길 100m는 완전 눈길이다.
아이젠도 소용없이 쭈욱 미끄러지는게 쌓인눈이 얼마나 다져젔으면
향적봉 대피소에 내려서니 그독하던 칼바람이 어디로 간거지?
환한 했살을 몸으로 받는 포근한 이느낌...
상고대가 열리는 1000m이상의 고산에서만 느끼는 맛일터...
하늘을 본다.
멋지게 열린 상고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너무도 파란 느낌이다.
하얀 설원에 멋지게 서있는 상고대 그 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
보는 내 마음이 시려지는데 시리다는 느낌이 이렇게 맛있는 느낌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껴본다.
중봉까지는 능선따라 가면서 보이는 마루금들의 풍경이 또한 일미인데
어느곳은 칼바람이 불어대고 어느곳은 바람 한점없는 포근함이 느껴지고를 반복해준다.
중봉에서 좀더 등업령 까지라도 다녀올까 하다가 추운 날씨에 점심을 먹기가 뭐해서 다들 하산후
식사를 하기로 한지라 미련없이 돌아선다.
돌아오는 길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인데도 산님들이 더 많아진 형국이다.
다시 향적봉에 이르니 변함없는 칼바람...
우째 향적봉 칼바람은 지치지도 않는거지?
아까 못한 인증샷을 한후 아까 고생하며 오른? 600m를 하산 곤도라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연신 스키를 타는 님들과 산행을 하는 님들로 북적이는
무주리조트는 완전한 겨울의 한 복판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 국도를 달려 도로변의 한 식당에 들러서 매운탕으로 점심을 하고
영동을 거쳐서 청산을 지나 보은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선후 서청주 ic로...
거북이 신년산행...
산행후 청주에 도착하니 4시가 좀 넘었나?
나름 시간을 보냇다구 생각을 했건만...
비록 단촐한 번개산행 였지만 번개에는 번개만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신년구상좀 한다고 게획을 했는데 향적봉의 칼바람 앞에선 순간 아무생각이 없게 된지라
다음 번개 산행은 다뜻한 남쪽나라로 가서
뭔가 생각을 하며 걸을수 있는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이룬 벌써 다음 산행이면 1월도 어느덧 지나가는 시간이...
지금도 칼바람을 생각하면 볼때기가 시린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한 신년산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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