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 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이 딱 그에 맞는 상황이지 싶다.
새벽같이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긴지라 새벽에 올라 갔다가 바로 내려오면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이왕 올라간 김에 근처에 북한산이 자리하고 있는지라
북한산을 만나고 오기로 한다.
집에서 출발이 5시 아직은 컴컴한 한밤중의 분위기가
마치 새해 해돋이 무박을 떠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한때는 해돋이를 하기 위하여 영하 20도의 한계령을 넘기도 했었는데
내년에는 다시한번 열정을 살려서 뻐근한 해돋이를 반드시 해야겠다.
요 며칠 날씨가 추운줄을 몰랐는데 이렇게 새벽에 나서니 지금이 겨울 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인식을 하고
겨울의 애장품 1호인 비니를 덮어쓰고 출발....
간만에 새벽에 달리는 기분이 새롭기도 하고
이렇게 이른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수는 생각보다 그 숫자가 많은게
참으로 바지런한 삶을 사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과 동시에 난 참 게으른 삶인가?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하는 자세도 취해본다.
아들1을 목적지에 내려 놓은 시간이 7시 15분 곧바로 북한산성 주차장으로 향한다.
새벽길 서두르다 보니 당근 아침을 아직 안 한지라 근처 식당에서 육계장으로 한술 뜬다.
북한산성 에서 오르는 백운대 코스는 아들1이 고등학교때 수능 본 겨울 방학에
애 이모부들 하고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일요일 이었던지라
산님들이 북적북적 했는데 오늘은 간혹 마주치는 산님이 반가울 정도...
사실 이 시기의 다시 말해서 겨울의 산들은 정말로 볼게 없다는 주장에 공감을 안할수가 없다.
그나마 겨울 산행을 하는 이유는 눈이 쌓여있는 설경을 보는 재미인데
이렇게 잔설만 군데군데 남아있는 상황이면 솔직히 아무리 국립공원 이라 하더라도 별볼일 없는게 사실....
게다가 응달의 빙판 지대는 괜시리 아이젠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거리만 제공해주고
오늘의 북한산 현실은 아이젠을 하지않고 오르는 걸로...
탐방소에서 백운대 까지는 4km 여유있게 2시간 이면 오를 거리 이지만
과연 산속의 코스 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당근 달라 질테지?
입구에 들어서니 계곡쪽 길이 장난 아니게 미끄러운지라 당근 차량 다니는 도로로 올라간다.
북한산 초등학교를 지나면서 이쪽 코스가 은근하게 올라가는 느낌을 주다가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 들면서는 게속해서 오르막이다.
왠만한 길은 눈도 다 녹은 상태라서 그다지 신경을 쓸 일이 없지만 몇군데는 응달인지라
빙판이 형성되어서 조심조심 엉금엉금 보폭으로 ...
백운봉 암문까지 계속해서 오르는 길이 주변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인체로
완전 썰렁한 풍경을 제공해 주는게 역시 겨울산은 눈으로 덮혀야 제맛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살짝 지루한 느낌마저 주는 상태로 드뎌 백운봉 암문에 도착하니 반대편 수유리에서 올라오는
한무리의 산님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진다.
백운봉 암문에서 백운대 오르는 길은 제법 눈이 쌓여 있는것 같아서 여기서 아이젠을 챙긴후 오르는데
왠걸 한 10m정도 오르니 눈이 하나도 없는 완전 암벽인 상태라서
꿍시렁 대면서 곧바로 아이젠을 버어낸후 다시 전진...
이룬 괜시리 아이젠을 벗엇다는 후회감이 드는게 정상부근은 다시 빙판길을 형성
아이젠을 다시 착용해야 할 상황 이지만 그냥 개기면서 살금살금 한발한발 올라본다.
정상...
북한산이 원래 이런 칼바람 이었던가?
정상의 태극기가 펄럭이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고 태극기 줄이 태극기 봉에 부딪히며 연신 딱딱 하는 소리를 내고있다.
그래도 백운대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 만큼은 변함없이 멋진 풍경을 제공해 주어
오늘의 북한산 산행이 결코 의미없는 산행은 아님을 강변해 준다.
하산길도 여전히 아이젠 없이 하산을 한다.
오를때 걱정했던 빙판 구역?도 참으로 다행인것이 북한산의 돌계단이 전부다 돌 끝부분이 완전 말라 있어서
마치 아이들 징검다리 건너면서 재미있어 하는 그런 형태로 이돌 끝에서 저돌 끝으로
날쌘돌이 마냥 발을 옮기며 리듬마저 타는 그런 기분으로 하산...
넘어지는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면서 내려오다 보니
정확하게 하산 시간을 계산하지 못했는데 아마 왕복 4시간 정도 였던것 같은데...
비록 한 두군데는 살짝 위태로운 상태였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늘 마치 무산소 등정으로 정상을 오르듯
아이젠 없는 산행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었다는 안도의 한숨도 쉬어 보면서
다시한번 눈없는 겨울산은 참 그렇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오른다는 생각으로
산을 올라야 겠다고 다짐해 보는 갑오년 첫 산행인 북한산 산행을 정리해 본다.
'내가 만난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영 미륵산에서 봄을 만나다. (0) | 2014.01.25 |
---|---|
덕유산... (0) | 2014.01.10 |
거제 천장산과 우제봉 그리고 바람의 언덕... (0) | 2013.11.29 |
내장산 단풍산행... (0) | 2013.11.04 |
조령산... (0) | 2013.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