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몇 년 만에 올리는 산행후기이지?
거두절미하고 오랜만에 산행기를 올리니 감개무량한 느낌도...
그동안 나름 산행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나이를 먹다 보면 게으름도 같이 먹게 되는지라
특히 산행후기야 그렇다 하더라도 거기에 첨부하는 사진 한 장 올리는 작업이 너무 번거로움을
느끼게 해 주어 밀려있는 산행후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아주 큰 맘먹고 침침한 눈 비벼가면서 작업시작...
산악회 활동을 거의 단절하다시피 한 이후로는 주로 옆지기와 걷는데 중점을 두어
둘레길 위주로 트레킹을 해오다 2년 전부터는 중학교친구들과 산행?을 시작하였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움직이긴 하였는데 산악회가 아닌 개인산행은 차량을 주차한 장소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핸디캡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볼까? 하는 생각 중에 갑자기 남덕유산이 떠오른다.
1507m 높이의 우리나라 10번째로 높은 남덕유산은 내가 유일하게 만나지 못한 국립공원의 산인데
거의 20년 전쯤 제자 녀석과 단둘이 오르려 했으나 산불통제기간이라서
영각사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기억이 떠올라 6학년 3반의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일 거라는
다소 싸한 느낌에도 무시하고 남덕유로 밀어붙인다.
요즘은 누가 봐도 유튜브시대...
진짜로 없는 정보가 없으니 어떤 때는 다소 무섭다는 느낌도 든다.
검색 후에 영각사 방면으로 올라가 남덕유를 만난 후 서봉으로 갔다가 덕유교육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하기로...
영각사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에 영각사 탐방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그래도 지난달 민주지산을 다녀온지라 나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가볍게...
오늘 왜 이렇게 덥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리고 유투버들이 올린 후기하고 왜 이리 현실과 차이가 나는 건지...
아! 옛날이여~~
초반의 평지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곧바로 나오는 너덜지역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다.
가다 쉬다 반복을 하며 오르며 유튜브에서 나왔던 장면이 나오면
아~ 여기구나 하는 재미도 느끼면서...
남덕유 괜히 국립공원이 아니기에 1507m 높이도 그저 그런 높이도 아니기에
겨우겨우 3시간 정도 걸려서 정상에 오른다.
정상 직전 중봉의 난간에서 백두대간의 멋진 풍경을 한껏 음미하려고 했는데
난간을 보수하는 공사 중이라 서둘러 건너뛴 것이 아쉽다.
힘들게 남덕유를 만난다.
늘 같은 마음이지만 정상을 향한 기대는 실상 정상에 올라보면
마치 처음으로 선을 보는 시골 총각 처녀의 수줍음 가득한 그런 상황이다.
여기까지 개고생 히ㅏ면서 만나러 왔으면 뭔가 반갑다는 마음을 표현해줘야 하는데
그저 씩 한번 웃으면 그걸로 끝...
생각보다 오래 걸린 산행시간 여기서 서봉까지 1.1km
님들은 한 시간반이면 충분하다고들 하니 우린 2시간 잡고
서봉에서 하산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니 우린 또 2시간 잡고 얼추 7시간의 산행...
남덕유에서 서봉까지의 산길은 멋진 조망과 함께하는 멋진 능선길이다.
평소 내가 원하는 딱 그런 길을 제공해 주는데 이전 지리산 종주를 할 때를 떠올리게 해 준다.
그때의 고생이 오버랩되면서 남덕유까지 오르면서 바닥난 체력으로
꾸역꾸역 서봉으로...
앗! 오르막 돌계단 한 번에 치고 오르려고 다리를 늘렸더니 쥐가 오는 느낌이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마침 친구가 에어파스를 지참해서 팍팍 뿌린 후 한참을 마사지를 해준후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나가다가 그것도 잠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자포자기로 그냥 고고.
예상대로 거의 2시간 정도 걸린 후에 서봉을 만난다.
예상보다 서봉의 조망이 멋진지라 한참을 머물면서 오래오래간만에 진짜로 간만에
드넓은 남덕유를 가슴에 담아본다.
아휴~ 이제 하산해야지?
나름 하산하면서 이어지는 멋진 조망이 끝나면서 그저 숲 속으로만 이어지는 길이 지속된다.
사실 우리 나이에는 오르는 길도 힘들지만 어찌 보면 내려오는 하산길이 더 부담이 된다.
산행시간이 5시간이 넘다 보니 몸은 천근추요 마음은 급해지고
게다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 가져온 물도 바닥...
이런 젠장 산행 시 물이 이렇게 그리운 건 공룡능선 탈 때 목마름 이후 첨인 것 같다.
하산을 하다 보면 육십령과 덕유교육원 삼거리가 나온다는데 우찌 이리 안 보이는 거지?
오랜만의 큰 산?을 만나서 그런지 많이 지친 상태이다 보니 거리감각도 없어지고...
아무 생각 없이 멍청히 걷고 또 걷다 보니 드디어 반가운 삼거리가 나온다.
아까 용각사에서 출발할 때 국립공원 관리직원분이 서봉에서 하산 시
전에 다니던 덕유교 욱 원이 통제를 하니 무슨 마을로 돌아서 와야 하고
그 거리가 1.5km 정도는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래? 별차이 있겠어?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려오다 마을로 돌아오니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1.5km는 아무리 평지길이라 해도
부담이 백배...
드디어 용각산 주차장에 도착... 오래간만에 큰 산 산행...
힘듦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통해 뭔가 잃어버렸던 어떤 것을 얻은 산행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불후의 명언은 오늘도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지칠 때로 지친 상태에서 한걸음 한걸음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오늘 중으로는 끝날 것 같지 않던 여정이 결국은 끝이 났고
잽싸게 차를 서상면으로 몰아 아까의 목마름을 한방에 잠재우려고
엉기적 엉기적하는 걸음으로 서상면 편의점 들어가는 세명의 중년의 엔딩씬이 멋있게 보일까?
힘들었지만 큰 산에 대한 전투본능을 일깨워준 아주 멋진 남덕유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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