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산

칠갑산을 만나다.

도.란 2023. 8. 27. 11:29

이런 젠장...
한 시간 정도를  칠갑산 산행기?를 썼는데
터치 잘못하는 바람에 다 날아갔다.
이걸 다시 써? 말어?
애휴 이왕 쓴 거 끝을 봐야 하니 입 대빨 내밀고
다시 시작 아무래도 약식의 산행기가 될 듯

거제도 여행 후 3주 만에 당시 함께한 s군 k군과 칠갑산을 만나러 나선다.
칠갑산은 한 30년 전  교직원연수 때 정상부근에서 살짝 걸었던 기억이 있는데
산의 모습은 전혀 모르겠어서...
주병선이라는 가수 덕분에 산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칠갑산의 명칭은 누구나
알고 있는 칠갑산.
콩밭 메는 아낙네의 애환을 표현한 애절한
노래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려준...

요즘은 다음이나 네이버를 통해서 그 어떤것에
대한 사전정보가 가능하고 유튜브를 통해 생생한 모습까지도 볼 수 있어서 편리함은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나 자신이 그려나가는 맛이 없어진 측면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칠갑산은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가 다양한데
우리는 장곡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해본다.

장곡사 주차장 도착.
산행준비를 하려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에어컨 때문에 잊고 있었던 한여름의 열기가
훅하고 다가오는데 순간적으로 칠갑산 꼭 가야 하나?라는 억지를 부려본다.
"야 어제 헬스 가서 열나 뛰었잖아
  뭐 하러 이 더위에 산을 올라가?"
라고 하는 내면의 나쁜, 나와
"친구들과 함께하는 멋진 시간이잖아
   어서 올라가자."라고 하는 착한 내가
투닥거리며 실랑이를 하기도...ㅎ

마음 단디 먹고 등산화끈 조여매고 스틱챙긴후
장곡사에서 출발.
출발 후 곧바로 시작되는 계단을 만나는데
이 계단만 오르면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면서  아흔아홉 골 전망대를 만날 때까지
조망하나 없는 다소 답답한 숲길이다.
나름  멋진 자태의 나무들과 대화도 하고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누면서 오르고 오르다 보니 활짝 열린 땀구멍에서 연신 흐르는 땀은 대청댐수문을
열어 방류하는 물줄기 같다.
드디어 아흔아홉 골 탁 트인 조망에 시야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뻥 뚫린다.
산의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천 미터 이상 높이의 큰 산이 주는 장엄함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게
한 참을 쉬어간다.



나름 호연지기를 담은 후 출발
그동안 수많은 산을 만나면서 그때마다
호연지기를 새겼건만 그 호연지기들 다 어데 가고 매번 이렇게 새로 새겨야 하는지
이번 호연지기는 오래오래 새겨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가스라이팅도 하면서...

아흔아홉 골을 출발 후 잠시 후 칠갑산 정상을
만나는데 다른 산들에 비하여 정상의 공간이
상당히 넓은 게 이채롭다.
솔직히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거 없어 살짝 아쉽지만 관리에 많은 신경 써서 찾는 이들에게
뭔가 정갈한 느낌을 준다.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늘 그렇듯이 부담이 없다.
오를 때는 나름 힘들면서 좀 더 서둘러야 한다는
일말의 부담이 있는데 하산길은 정상을 오른
성취감으로 인한 뿌듯함으로 힘듦을 줄여줘서
편안한 발걸음이지 싶다.

ps: 3주 만의 산행.
       오래간만에 땀을 상쾌하게 흘린
       멋진 칠갑산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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