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때 그 소녀는 지금 어디서...

도.란 2009. 9. 24. 00:55

하루가 문을 닫는 시간...

열어논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구

서늘함을 통하여 이제 가을의 중심을 향해 가구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아주 문득 고3 졸업 무렵때 한가지 추억이 떠오른다.

어찌보면 추억이라고두 할수없는 어줍짢은 하나의 추억이...

고3이 끝나구 대학진학을 목전에둔 시점에서

대학진학을 결정하기 위하여 영춘 중학교에 근무 하시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영춘이 어떤 곳인가?

지금두 먼 곳이지만 그당시 79년의 영춘은 그야말로 오지?라 할 정도로 먼 곳이었다.

영춘으로가는 길은 오근장역으로 가서 제천가는 기차를 타고

제천에서 내려서 다시 영춘가는 (기억으론 아마도 오후에 한번 가는 버스가 있었던것 같다.)

아침 7시 쯤 집을 나서 제천에 도착 버스로 영춘에 가면 저녁 7시가 넘었으니

진짜루 멀었던 기억이 새롭다.

 

오근장 역에서 기차를 타는데 한 소녀?가 대각선 방향으로 뒷 자리에 앉는다.

키가 훤칠해 보이구 머리는 단발에서 약간 더 길은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여고생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은 갸름했고 눈이 커다란 한 마디로 예쁜 소녀였다.

우리가 또 눈이 큰 스타일에는 꿈뻑이라 본의 아니게 흘깃 흘깃 눈이 돌아간다.

그 소녀도 내 눈길을 느꼈는지 어쩌다 눈이 마주치기두 ...

당시만 하더라두 난 참 숯기가 없었다.

이성교제는 금기시 되던 시절이라 여자 친구는 꿈도 꿀수 없었던...

소위 말하는 작업?을 했으면 했는데 이놈의 용기가 없어서...

그런 내 맘을 아는지 기차는 전 속력으로 바쁜거 하나 없는 날 위해 달려간다.

제천에 도착 영춘행 버스를 타기 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중국집에 들어가 영원한 기호 음식인 짜장면 곱빼기 한 그룻 때린다.

배가 부르고 나니 아까 그 소녀가 다시 생각나구

그렇게 서로가 헤어진거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영춘행 버스가 들어온다.

지금이야 버스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 당시엔 어딜가던 만원버스였다.

어쩐다냐...자리가 없다.

그 긴시간을 서서 가야 하다니...것두 편히 서서 가기두 틀렸으니

밀려 밀려 뒤로 간다.좌 우로 몸을 흔들어 어느정도 공간을 확보하구 자세를 잡는데...

헉.. 그 소녀다.

소녀가 밀려 밀려 뒤로 오더니 내옆에 선다.

입가엔 미소가 번지구 바로 옆이다 보니 그 얼굴 자세히 보여지구

큰 키에 비하여 얼굴은 넘 앳뗘 보이는게 잘 하면 고2정도 되어 보인다.

소녀두 잘생긴? 오빠가 옆에 있는게 그리 싫지만은 안은 표정이다.

괜시리 가슴이 뛴다.

애구 뭔가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일뿐

계속 밀리는 승객들과 흔들리는 버스속에서 작업?이 용이 한게 아니다.

두시간 동안을 달리니 어느정도 버스가 한가해지구 자리가 하나 난다.

난 얼른 소녀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앉으세여..."하며 말을 건넨다.

" 감사 합니다...가방 주세여..." 소녀의 목소리가 내 맘으로 들어온다.

참 목소리두 예쁘다는 느낌이다.

계속 달리는 상황에서 소녀가 어떤 움직임이 없는걸 봐서

쟤두 영춘 가나?하는 영춘까지 가기를 바리는 마음에 자문 던진다.

나두 자리가 나서 앉게 되구...

드뎌 영춘에 도착...

아버님이 마중을 나와 계신다.

난 일부러 소녀의 뒤를 따라서 내리는데...

소녀가 아버지를 보더니 인사를 한다.그리고는 어느새 어두워진

시골 벽지의 매서운 겨울 바람속으로 뛰어간다.

얼핏 그 소녀가 뒤 돌아본다는 느낌이 느껴진다.

" 아부지 쟤 알아여? " "누구?" "방금 인사하구 뛰어간 애..."

"알지 3학년 2반 반장 이지..."

ㅎㅎ 소녀는 소녀였다. 영춘 중학교 3학년 2반 반장...이름은 당연히 모르셨구...

공부 잘하구 착한 학생으로 기억에 담구 계셨다.

난 다시 이젠 완전 칠흙같은 어둠으로 덮인 매서운 영춘의 겨울속에서

소녀가 어느쪽으로 가버렸는지 알지두 못하면서

어느 한 방향이라구 생각을 하고는 추위도 망각한체 그 방향을 바라본다....

 

그걸로 소녀와는 끝이었다.

아버지에게 세부적인 신상 명세서 묻기두 그렇구 해서...

다만 고등학교는 청주로 간다는 사실 하나만 얻은체...

다음날 교장실에 가서 간부들 명단속에 들어있는 소녀의 사진을 보구

막연히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 어쩌면 볼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두 안구...

허지만 대학진학이 당면과제 였던터라...

난 다음날 청주로 돌아 오는길에 벌써 그 소녀를 잊었다.

오늘 문득 생뚱맞게 그 소녀가 떠오름은 왜 일까?

이름두 성두 모르구 그 얼굴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그 소녀가...

그때 그 소녀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그 소녀두  교장 선생님 아들...

그 당시에 잘생긴? 대학생 오빠를 기억하구 있을까?

3학년 2반 반장아...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