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철지난 길을 지나며...

도.란 2009. 9. 27. 12:12

일요일 아침이다.

간만에 잠좀 푹 잘려구 이불 머리위로 뒤집어 쓰구 개기는데...

아들놈 아침 먹이느라 부엌쪽은 이미 부산 스럽다?

쫌만 더 자야지...하는 생각에 뒤척이며 가장 편한 자세를 잡을려는 순간,

" 아빠 안 인나면 명절이구 뭐구 없다구 해라..."

빨딱 일어나서 5분만에 준비를 마친다.

 

공림사로 향한다.

특별한일 없으면 한달에 한번 정도는 항상 들리는 곳이다.

공림사 가는 도중엔 청천이 있는데 이는 여름철 화양동 길목이라

그 북적됨을 이쪽 사람들은 누구나 다안다.

올 여름도 마찬가자로 한 여름철의 청천에서 공림사에 이르는 길은 무쟈게 북적 거렸다.

특히 사담은 내가 다니는 산악회들의 여름철 행사의 단골 장소이다.

더우기 주말의 사담은 부산 해운대?를 방불케 한다.

 

아침부터 비가 뿌린다.

마치 화초에 가볍게 주는 물처럼 살포시 내린다.

명암지를 지나 산성길을 넘어 낭성에 이르니

코스모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본인이 남자라 하더라도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는 넘 사랑스럽다.

갑자기 코스모스 무쟈게 좋아했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화사하게 펼쳐진 코스모스길을 지나서 청천에 이르니

한 여름의 북적됨은 어디가고 하뇨한 시골의 풍경만 남아있다.

청천을 지나서 사담에 이르니 이곳은 더 한갓지다.

모든 바쁨이 사라지고 여유로눈 한가함 만이 남아있다.

 

철지난...이 표현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오는가?

철지난 바닷가, 철지난 피서지...등등...

철지난 후에 만난 청천과 사담은 한가함과 고요함속에

그 복잡했던 시끄러웠던 여름에 대한 향수를 느끼구 있는것 같다.

아직은 적응이 덜 된것 처럼 약간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살짝 아무도 없는 개울에 발을 담가보니 써늘함이 곧바로 전해진다.

써늘함을 통해 시간이 흘러 갔음을 다시금 느껴본다.

매년 반복되는 피서철의 시끌벅쩍함과 철지난 후의 잔잔함...

오늘난 그 철지난 사담의 개울에 발을 담그고 앉아

가버린 한 여름의 뜨거움을 회상하고

이제는 부쩍 가까이 와있는 가을을 느낀다.

개울을 따라 떠내려온 뻘간 단풍잎새를 하나 건져 올리며...

이 가을엔 ...

멋진 누군가를 만나서

멋진 가을 사랑을 한번 해볼까?하는 망상?에 젖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