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 안 불쌍 하거든요?...

도.란 2011. 4. 14. 22:37

 

뜬금없이 과거가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지금 순간이 그런것 같은데 갑자기 아주 엣날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니깐 아들1이 6살 아들2가 3살 때 일이니 17년 전의 일인것 같은데

지금처럼 봄날이었는데 아들1.2가 둘다 감기에 걸렸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감기에 열나구 기침하며 보채는 애기들이

정말이지 넘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 당시 젊은 아빠 입장에서는

애들 쌍으로 울어대지 기침 심하게 하다 토하지 정말 환장할 노릇 이었다.

다음날 병원을 데려 가는데 마침애들 엄마는 수학여행 이었던 차라

혼자서 큰놈 걸어가게 하구 작은 놈 안구서 소아과를 찾았다.

밤새 애들 뒤치닥 하다보니 잠도 잘 못자서 눈은 쾡하구

머리를 감기는 커녕 세수도 못하구 병원엘 간 것이다.

옷도 그냥 츄리닝 차림에 슬리퍼 끌구 들어섰다.

 

그 당시 늘 다니던 소아과는 원장이 해외 연수를 가서

생긴지 얼마 안되는 동네 병원으로 처음으로 향했다.

환절기 인지라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간호사 언니들이 친절하게 대해준다.

괜히 커피두 타다주고(지금이야 자판기 시대 이지만 그 당시는 수제 커피...)

"애둘 키우기 힘드시죠?"

"에? 그냥 그렇죠..."

난 이 언니들이 왜이리 부담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들 주사 맞추느라 정신이 없어서 순간적으로 잊어 버렸다.

진료를 끝내구 병원을 나오는 순간 뒤에서 간호사둘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떡해 ...아빠 혼자서 애를 둘씩 키워야하니..."

 

앵?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그제서야 난 감을 잡았다.

당시 의료보험증이  와이프와 따로 되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와 달랑 애들 둘만 올라와 있었다.

연유로 의료보험증을 보면 완전 아빠 혼자서 애둘 키우는 형국 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세수도 안해서 꾀죄죄한 몰골로 옷차림도 그런 상태 였으니

간호사들이 보기에 내가 무쟈게 불쌍하게 보였었나 보다.

그렇다구 되돌아 가서

"저기요...나 안불쌍 하거든...애들 엄마 있거든...나두 세수하면 괜찮은 인물이거든...요"

하구 할수도 없는지라 그냥 그날 하루는 애기 둘 키우는 불쌍한 홀애비가 되었다.

 

살아 오면서 오해를 받은 몇 안되는 경우 가운데 하나인데

내가 간호사인 경우 였다면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그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지금도 그 상황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큰놈 콧물 훌쩍 거리며 옷두 반은 삐져 나오는 상황이구

바빠서 양말두 못 신기구 작은놈 거의 내복 수준의 외출복에다

역시 콧물 질질 흘려서 옷에 흥건히 묻히구...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무쟈게 불쌍한 확실한 모드였다.

 

추억에 잠겼다 그 추억이 끝난후 현실로 돌아왔을때

애구구 역시 결론은 세월 무쟈게 빠르다는 것이다.

그 애기들이 지금...

세월을 돌리주...

그러고 보면 순식간에  중년으로 변한 내 자신이기에

그 당시 젊은 아빠로 돌아 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을 갖게 되는걸 보면

저 불쌍한 거 맞는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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