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태풍이 지나간 후의 느낌...

도.란 2012. 7. 19. 11:17

 

난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한다.

특히 퍼붇듯이 내리는 소나기는 정말 좋아한다.

어린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학교 현관에서 구경하던 소나기는 어린 마음에도 그저 시원하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준다.

세상을 집어 삼킬듯이 내리는 굵은 장대비는 한편으론 어떤 경외심 마저 느끼게 해준다.

근래들어 가끔 비가 오긴 했지만 이렇듯 퍼붇는 비는 만나지 못한것 같다.

 

태풍 카툰이 온단다.

방송에서 그저 간단하게 소개?를 하는걸 보니 그다지 위력이 큰 태풍은 아닌것 같아서

그런 태풍이 지나가는구나 했는데 그래도 태풍은 태풍인 것인가?

일단 저녁부터 영향권에 든다는 예보에 은근 신경을 쓴다.

오후 슬슬 불어오는 살짝 시원한 바람은 앞으로 불어올 태풍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해주고

어느 순간에 미풍 조차도 없는 바람이 딱 멈춘 순간은 폭풍전야를 실감나게해준다.

그 순간 묘하게 흐르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은 태풍만이 줄수있는 어떤 맛이라 여겨진다.

밤부터 슬슬 조짐을 보이다가 새벽에 절정을 이룬 바람은 간만에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아파트 베란다를 뒤흔드는 드센 바람 소리에 잠은 이미 달아나서 멀똥멀똥 ...

태풍을 느낄려고 일부러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맞는다.

묵직하게 몸을 때리는 느낌이 좋다.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휘청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우산이 뒤집혀 질려구 하고

이 순간 세상은 바람이 지배하는 바람부는 세상이다.

 

여기서도 내 지론인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가 적용이 되는건가?

결코 그 끝이 없을것 같던 세찬 태풍도 그 세찬 바람이 수그러 든다.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 느껴져 오는데 좀더 적어도 오늘 하루 정도만 불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 무너진다.

 

태풍이 지나갔다.

태풍이 지나간 후의 이 고요함은 태풍이 들이 닥치는 폭풍 전야와는 다른 평안한 고요함이다.  

밤새 베란다 창문을 흔들어 대던 고음의 소리도 사라지고

함께 내리던 빗소리도 사라진 후의 적막감...

이어지는 뭔가 아쉬운 이별에 대한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잔뜩 흐린 하늘과 살살 뿌려주는 잔비는 방금 전까지 태풍이 몰아 쳤다는 사실을 주지 시키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떠나간 사라진 태풍에 대한 아쉬움만이 남아 있을뿐...

모든것이 끝난후의 다소 허탈한 마음과 뭔가 어떤 엄청난 것을 경험한후에 따른 다소 지친 느낌이 어우러져서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묘한 느낌의 태풍이 지나간 후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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