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짜장면...

도.란 2013. 8. 18. 19:17

 

 

오후에 엄니네 들렀다 돌아 오는길...

저녁을 함께 할려구 했는데 그 놈의 항암주사만 맞으면 설사가 너무 심한지라

도저히 저녁을 못 드신다구 하여 걍 집에가서 먹어야지 하구 오는데

수타면 광고를 하는 중국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몸의 짜장면 사랑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

와이프두 일이 있어서 저녁을 혼자 먹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망설임 없이 들어선다.

이전에 몇번 왔던 곳인데 주인이 바껴서 영업을 하는듯 한데

맛이 있는 집인가?

홀안에 제법 손님들이 자리를 하고있다.

짜장면 나오기를 기다리구 있는데 갑자기 어린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어린시절 난 짜장면 중독 이었다.

특히 (청주 토박이들은 알수 있으려나?) 도청 서문 앞에 월래관 이라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화교가 하는 중국집으로 난 이집에서 유명한 단골? 이었다.

나보다 두 세살 어린 딸이 있었는데 울엄니 날 그 집으로 장가 보낸다구 할 정도로

그저 손에 돈만 주어지면 뛰어 갔으니 유치원 다니는 나이의 아이가 혼자와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어찌보면 그 당시나 지금도 흔한 장면은 아니었을것 같다.  

그러다가 어는 순간에 그 집이 문을 닫아서 아쉬움이 정말 컸다.

들리는 소문으론 주인이 도박하다 망햇다는 야그도 있었구 돈을 많이 벌어서 대만으로 갔다는 야그두 있는데

난 당연 후자 였으면 좋겠구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 그 아이가 잘살구 있기를 바래본다.

 

짜장면이 나오구 정말 내가 좋아하는 수타면 이라서 한 젖가락 입에 덥썩 물면서 미소를 짓는다.

갑자기 어렸을때 그것두 저녁에 저녁 밥 안먹구 개기구 개기다

짜장면 값 타내어 중국집에 뛰어가서 혼자먹던 그 기억이 나는데

지금의 내가 그때의 어린 아이였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밥 안먹구 개기면서 부모님 속 썩이던 단지 그런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할아부지 아부지  살아 계시구 엄니두 건강한 그 시절로 돌아 간다면 ...

짜장면 한그릇 맛있게 잘 먹은것 까지는 좋았는데

짜장면과 함께 어린시절의 아스라한 추억까지 묻어 나온지라 왠지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다.

"저녁은 먹었냐?"

"엄니 짜장면 먹었어유..."

"저녁에 왠 짜장면여 밥을 먹어야지..."

"옛날 생각 나는구만 엄니두 월래관 알지? 그 식구들 뭐할려나?"

" 그러게 그 할머니는 돌아 가셧을 거구 며느리는 나랑 비슷한 나이 였는데..."

" 그때 울 엄니 진짜 미인 였는디..."

" 싱겁기는 수욜에 성당이나 태우주라..."

" 아써유 엄니 설사는 좀 어뗘?  엄니 엄니라두 오래오래 사셔야 하는겨..."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 오는 일요일 짜장면 만찬을 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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