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개인차는 있겠지만 산님들에게는 어떤 로망이 있다.
한라산 백록담, 설악산 대청봉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은 산을 좋아하는 님이라면
누구나 만나고픈 그러한 대상들이고 또 하나 무박산행이 있다.
어둠속을 걷다가 여명을 만나고 다시 한낮의 밝음을 만나는 무박산행의 맛이란...
헌데 이 두가지가 만난 산행을 화요에서 진행을 한다고하니
다소 체력적인 우려감이 느껴지지만 두말않고 "자리 주세요."
무박산행은 묘한 설레임을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처음 무박산행은 10여년전 철모르고 혼자 올랐던 설악산 대청봉 산행이었고(당시 산행초보로써 무쟈게 고생)
산악회 무박산행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젊었을때?인지라 별반 힘든줄은 몰랐건만...
그러다가 5년전에 아들1 군대 간다고해서 체력단련 차원에서 지리산 무박종주를 계획했다가
녀석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혼자서 무박종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난 지리와 무박에 반하게 되었다.
이후 또 한번의 지리 무박종주를 통해서 지리는 어느새 내 마음속에 연인이 되었으니...
오늘 화요의 무박 코스는 그간 화요가 기획하고 실행해온 지리산 화대종주 마지막 코스로써
백무동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중봉 - 치밭목대피소 - 새재(하늘아래 첫동내) 코스이다.
화대종주 종점인 대원사가 아닌 하늘아래 첫동내로 정한것은 그곳에서 별미인 지리산 나물 비빔밥을
맛볼수 있도록 했기 때문...
그런데 이 코스는?
ㅎㅎ 그렇군 3년전 6월에 역시 화요에서 그당시는 역으로 진행했던 코스였으니
그당시 산악회 사정으로 봉고차량을 운전하느라 후미팀들과 치밭목 대피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만나지 못햇던 중봉을 다시 만날 기회마저 주어지니 이건 일석삼조 인건가?
12시 30분 체육관 출발인지라 낮에 시간좀 내어서 잠좀 자보려 했으나 잠은 안오고
버스타고 가면서 잠을 청해도 충분할것 같아서 드라마 닥터 이방인 때리고 12시 안돼서 집을 나선다.
체육관에 도착 차에서 배낭을 챙기는데 간만의 무박에 대한 기대감이 몰려들고 한켠으론 걱정도 스며든다.
2시간 반을 달려서 논스톱으로 백무동까지 달리는 동안 눈좀 붙이려 했는데
잠은 안오구 오히려 허리만 뻐근한게 컨디션 조절은 아무래도 꽝 난듯하다.
모여서 산악대장님 주관으로 산악체조를 한후 드뎌 긴 무박의 장도에 오른다.
간만에 켜보는 랜턴이 신기하지만 이젠 스틱을 사용하는 산행인지라 다소 불편한 자세가 연출 되기도...
3시 40분에 출발을 했다고 한다.
목적지까지 9시간 소요된다고 하는데 비가 내리는건지 아니면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바람에 떨어지는 건지
연신 후두둑 소리가 한밤의 적막을 떨쳐내며 리듬을 타고있다.
약간은 세찬 한밤중의 바람이 너무도 시원하게 폐부로 스며든다.
불어오는 바람 흠뻑 들이 마시며 느껴지는 이 신선함을 페를 넘어서 심장까지 전해보려 애를 써보기도...
다들 알다시피 백무동 게곡은 장터목까지 계속해서 치고 오르는 형국이다.
게다가 지리산 하면 불가분의 관계인 너덜게단이 그나마 어둠으로 인하여 그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아직도 비인지 물방울인지 파악이 안되는 그 습함으로 인하여 초장부터 땀을 아주 분출하게 만들어준다.
출발한지 한참이 된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오르막 길을 헉헉하며 오르고 있다.
아 진짜 언능 능선 안 나올래? 그 누구도 겁먹지 않는 협박도 날려 보지만
그렇다고 어디 산행이 편해지는것도 아니구 그저 앞에서 반짝이는 불빛따라 아무 생각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어느 순간 여명이 다가온다.
그 어둡던 세계가 희 뿌연한 여명을 느끼게 해주는데 난 이 맛에 무박을 한다고 감히 주장해 본다.
자 그럼 다소 불편했던 랜턴도 꺼주시고...
본격적인 산행을 해 볼까나...
여명이 지나고 환한 광명의 세상이 되다보니 어두울때는 어디 있었는지 몰랐던 오늘의 동지들이 하나둘 보이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앞으로 나아간다.
우려했던 우중산행을 할것 같은 상황이 전개 되면서 연신 땀을 흘리면서 오르고 오르다보니
어느덧 첫번째 관문인 장터목에 도착...
아니 왠만해야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오르는 길이냐 하는 푸념을 하면서도
그래도 다왔다 하는 뿌듯함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대피소 취사장으로 들어선다.
지금 이순간 장터목 대피소는 요즘 뜨는 노래 가사처럼
"정상인듯 정상아닌 정상같은 너~~" 여기까지 오름의 힘듬은 정상이지만 분명 천왕봉은 아닐지니
그래도 정상이라고 여겨도 무방 할것 같기에...ㅎㅎ
장터목을 출발하면서 바람이 거세지면서 빗방울도 제법 굵어 지는게
아무래도 추위와 비 때문에 우비를 챙길수 밖에...아 후덥지근...
이놈의 안경에 습기가 차면서 시야확보가 영 아닌 상황 분명 고사목 지대를 지나는것 같은데
당체 어디가 어딘지 멋진 풍경을 보지 못함이 아쉽지만 그것보다는 언능 정상찍고 내려가야 겠다는 일념이 더 크군...
좁은 시야와 후덥함과 싸우면서 드뎌 천왕봉에 올라선다.
언제 온후에 다시 온거지? 궁금해서 기억을 되살려보려 하지만 이놈의 날씨가 잠시의 가억을 더듬는
상황마저도 용납을 해주질 않는다.
처음으로 중산리가 아닌 중봉쪽으로 산행을 한다.
여기서 부터는 초행 인지라 선명한 풍경을 봤으면 했는데 날씨는 여전히 심술중이다.
화대종주 인구가 아무래도 적어서 일까?
대원사 쪽의 등로는 그 협소함에 불편하기만 하다.
좁은 등산로의 폭과 비로 인하여 미끌미끌한 바닦 상태는 영 산행을 함에있어 불편하기만...
어느 순간에 하늘이 활짝 열린다.
순간을 놓치지않고 지리를 살펴보니 역시 내가 좋아하는 녹색의 바다를 그대로 보여준다.
항상 지리를 만날때마다 주장 하지만 지리는 엄마의 품과 같은 느낌이다.
화려한 면은 없지만 왠지 포근한 느낌의 지리 이기에
적어도 해마다 한번은 지리를 만나러 오는가 보다.
잠깐동안 반짝했던 날씨는 다시 오늘 본래의 흐린 날씨로 돌아가고
계속해서 돌길의 하산 길 인지라 나름 산행시간도 한참을 지나서인지 무릎에서 뻐근함이 느껴진다.
3년만에 치밭목대피소를 만나면서 잠시 쉬었다 갈려고 했는데
아니 쇠파리들이 너무 많은지라 잠시도 앉아서 쉴수가 없는 형국이라 물한모금 마시고는 곧바로 출발
이곳에서 부터는 한번왔던 길이라 아주 편안한 맘으로 아주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중간에 무제치기 폭포를 만난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내맘마저 시원스레 만들어 주는데
폭포 아래로 내려가서 폭포 전체를 볼려고 했지만 내려가는 길이 보이질 않아서 걍 위에서 구경을...
무제치기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하산길에 물이 흐르고 있다.
연신 함께하는 물 흐르는 소리는 산행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면서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계곡의 너덜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구니 그 시원함에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항상 주장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
처음 출발할때는 그 끝이 오지 않을것 같았던 여정도 결국은 그 끝을 맺는다.
지리산의 향이 그대로 전해지는 비빔밥 한그릇 뚝딱 해치운후 식당에서 대원사까지
트럭으로 이동을 한다.
후미팀을 기다리는 동안에 오늘 하루 결산을 해볼까?
일단 산행 거리는 백무동에서 장터목 까지가 5.8km 장터목에서 천왕봉 까지가 1.7km
천왕봉에서 치밭목 대피소 까지가 4.0km 치밭목에서 식당이 있는새재까지가 4.8km
총 길이는 16.3km 소요시간은 예상치인 9시간 정도 걸린듯 하다.
몇년만의 무박산행 인거지?
비록 도움을 주지않은 일기였지만 오랜만의 무박산행은 무릎도 뻐근하고 온몸 여기저기 욱신거리게 만들어 주었어도
간만에 여명도 느끼고 무엇 보다도 지리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오늘의 화요와 함께한 무박산행은 회춘의 기분마저 느끼게 해준 행복한 산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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