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무쟈게 오래전 이몸이 군대를 가기 직전이니까 어언 28년 전인가?
군대가서 고생? 안할려고 체력 단련을 하기로 하였다.
매일 아침 일찍 그 당시 본인의 집이 상당공원 옆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출발하여
우암산 3.1 공원을 지나 청대로 이어지는 우암산 순환도로를 조깅으로 달려서
청대 후문 보현사 올라가는 길로 접어들어 보현사까지 올라가면 보현사에서 흐르는
샘물이 있는데 항상 이른 아침 맑은 물 한잔은 내겐 완전 보약과도 같은 느낌 이었다.
조깅을 시작한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항상 물을 마시는 그 자리에 묘령의 아가씨가 물을 마시고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 한 아가씨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루 끝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조깅을 하면 땀이 많이 나다보니 안경이 불편해서 안경을 벗구 달렸다.
이후 하루 이틀 사흘...
계속해서 그 아가씨를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안경을 안 썼으니 그 아가씨가 이쁜지 안 이쁜지도 모르겠고 다만 매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하나의 과정이 되었다.
하루는 그 아가씨가 어찌 생겼나 궁금해서 얼굴 한번 볼려고 마음먹고 안경을 쓰고 달려갔다.
그 아가씨를 뭐 어떻게 작업 한번 걸어볼까 하는 차원은 아니었구
왜 그런거 있지 않나? 늘 만나면 살짝 궁금해 지는 ...
한달쯤 지난것 같은데 그날 드디어 난 그 아가씨를 제대로 볼수 있었다.
안경을 쓰고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난 이렇게도 이쁜 여자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키도 훤칠했고 몸매도 소위 말하는 쭉쭉빵빵에 얼굴은 그당시 어떤 탈랜트 보다도 이뻤다.
그걸로 끝이었다.
늘 그랬듯이 말한마디 못붙이고 그냥 물만먹고 돌아선다.
그래도 이쁜 아가씨랑 매일 함께 물한잔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저 므흣하게 느껴졌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 시간에 우린 함께 말한마디 없이 그저 물한잔 마시고 헤어?진다.
한 두달을 그렇게 매일 함께 하다가 일이 있어서 한 삼일을 못가게 되었다.
4일이 지난후 난 오늘도 그 아가씨가 왔을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보현사로 향했다.
변함없이 그 아가씨는 그 자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근 두달동안 말 한마디 나눈적 없는 그냥 서로 모르는 관계였지만 왠지 친밀감이 느껴진 존재...
서로 물을 마시다 눈이 마주친다.
살짝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하는데 참 이쁘다는 느낌이 싸늘한 새벽의 찬 공기를 훈훈하게 느끼게 해준다.
물한잔 마시고 돌아서 내려 올려고 하는데
이룬 아가씨가 내쪽으로 다가 오는게 아닌가...
난 순간 당황모드 그겋다고 그당시 내가 여자를 전혀 모르는 쑥맥은 아니 었는데
이미 그때 난 여자 친구가 있었다.(지금 애들 엄마)
그녀는 내게 오더니 "오랜 만에 뵙네요." 한다.
난 순간 당황하여 "아...네..."
"학생 이신가 보네요?"
"네 군대 갈려고 휴학 한 상태인데요."
"아...군대 가시는 구나...몸 조심 하시구요. 잘 다녀 오세요."
잠시 그녀와 보현사 길을 함께 내려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보기 보다는 나보다 연상 이었는데 몸이 좀 안 좋아서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 집에 내려와 쉬는중 이라 한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후 그녀는 청대쪽으로 난 다시 순환도로길로 찢어진다.
돌아오는길 그녀는 참 목소리도 예쁜 여성이라는 느낌 이였다.
그것이 그녀와는 마지막 이었다.
난 바로 입대를 하였고 그녀가 몸이 건강 해져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 갔는지도 모르고...
그후 휴가를 나와서 보현사를 올라가 물을 마시면 그녀가 생각이 난다.
유행가 가사처럼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그녀이지만 이 가을 짙어가는 단풍을 바라보면
문득 그녀가 생각이 난다.
이젠 완연한 중년이 되었을 그녀가...
아마도 곱게 우아하게 세월따라서 멋지게 변해있을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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