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작년에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일주일에 한 번은 눈을 맞은 것 같다. 어린 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환한 세상이 열려있고 어김없이 조부님의 눈 쓰는 빗자루 소리가 들리면 난 두꺼운 이불속에서 나오질 않고 한참을 누워서 밤사이 하얗게 변한 세상을 구경하다가 아침 먹으라는 엄니의 지청구에 부시시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한다음 아침 먹고 곧바로 바로 집 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겨울방학이라 아이들이 찾지 않은 운동장은 완전 설국의 세계이다. 조그마한 눈덩이를 굴리고 굴리고 굴려서 학교 교문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세우고 어김없이 동내 친구들 형들하고 눈밭 위에서 공을 차고 놀다 보면 어느새 점심. 점심 먹고 딱히 할 일이 없었던..